우리 집 아줌마는 커피 내리는 취미가 있습니다. 덕분에 취향에 맞는 커피를 끊이지 않고 마실 수 있지요.
커피 내리는 취미가 있으니, 전문가들 마냥 뭐 엄청 돈 들여 장비를 사 모으는 정도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커피 내리는 도구며 장비를 갖추고 있지요. 그런데, 커피 내리는 것은 자기 취미이면서 왜 분해해서 청소하는 것은 아저씨 몫인지...
자주 사용하던 커피 그라인더를 청소한 지도 오래되었고 하니, 분해해서 간단히 청소합니다.
OPTION-O라는 호주 회사의 제품입니다. 라곰 미니(Lagom Mini)라는 제품이고, 이 쪽 취미를 가진 분들에게는 일명 작은곰이라고 불리는 제품입니다. 라곰 시리즈 중에 작은 제품이라고 작은곰이라고 불린다고 하네요.
준비
준비물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입니다.
- 10mm 너트 드라이버 -- 10mm 스패너를 사용해도 되지만 구조상 너트 드라이버가 편합니다.
- 청소용 솔 -- 부드러운 것을 사용하세요. 억세면 그라인더 표면에 상처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작업용 목장갑 -- 한쪽만 끼면 됩니다. 끼지 않아도 되지만, 잡다가 버(burr)와 같은 날카로운 것에 다칠 수도 있습니다.
- 핀셋 --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것을 집을 때 편리합니다. 족집게 같은 것으로 대치해도 됩니다.
작업준비
깨끗한 작업용 목장갑을 최소한 한쪽 손에는 끼는 것이 좋습니다. 버(burr)의 모서리에 다칠 수도 있고, 힘을 주어 쥐어야 하는 부분에서 장갑 낀 손으로 잡는 것이 편합니다.
그라인더 분해
사용 분쇄도/영점 확인
우선 현재 사용하고 있는 분쇄도를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조립 후에 다시 분쇄도를 맞추는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이것을 기억해 두면 다시 분쇄도 찾아 가는데 편합니다. 그라인더의 위쪽 부분, 흔히 깔때기라고 부르는 부분은 나사로 몸체에 결합되어 있고, 분쇄도가 조절이 됩니다. 현재 사용하는 눈금을 확인하고, 시계 방향, 즉 나사가 잠기는 방향으로 나사가 완전히 잠겨 돌아가지 않을 때까지 돌립니다. 이때의 눈금이 영점입니다. 사용하던 분쇄도에서 영점까지 몇 눈금인지 메모해 두세요. 이 그라인더는 순전히 나사를 풀고 잠글 때, 눈금 수로만 분쇄도를 조절하니 이것을 기억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점이라고 0이라고 쓰여 있는 눈금으로 가지 않습니다. 물론 커피 취미를 오랫동안 해 오신 분들에게 이런 말은 두 말하면 잔소리겠지만, 제 포스트를 찾아서 읽고 계신 분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해 오신 분들일 것 같지는 않네요. 하하~
깔때기 분리
영점 확인을 위해서 잠갔던 나사를 반대로 돌리면 나사가 풀리게 됩니다. 모두 풀릴 때까지 계속해서 나사를 돌려주면 사진에 보는 것처럼 깔때기가 분리됩니다.
상부 버(burr) 분리
깔때기를 분리하고, 처음 들여다보면 멘붕이 옵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렌치로 이것을 다 풀어야 하나 어쩌나.
상부 버(burr)는 캐리어(carrier)를 잡고, 위로 똑바로 들어 올려 주면 통째로 들립니다. 연장을 써서 풀고 할 것이 없습니다. 따로 캐리어에서 버를 분리하여 청소해도 되지만, 구조상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부 버(burr) 분리
아래쪽 버(burr)는 처음 분해하는 것이라면 분해의 난도가 높습니다. 볼트로 고정이 되어 있는데, 10mm 너트 드라이버나 스패너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냥 돌리면 버가 볼트를 돌리는 대로 따라서 돌기 때문이 풀 수가 없습니다. 버가 따라 돌지 않도록 붙잡고, 너트 드라이버로 힘을 주어 돌려야 합니다. 처음 분해하는 것이라면 공장에서 전동 공구로 체결되어 왔을 테니, 더욱 분해가 힘들 것입니다. 손으로 잡고 돌리는 것도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나무젓가락이나 헝겊 뭉치 같은 것으로 따라 돌지 않게 고정하고 돌리면 풀릴 수 있습니다. 쇠젓가락 사용하지 마세요. 그라인더 표면이나 버에 상처 생길 수 있습니다.
*주의* 분해 작업 중 가장 위험한 부분입니다. 꼭 장갑 끼고 하시고, 손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볼트만 잘 제거되면 다 되었습니다. 기계에 익숙하신 분들은 스프링 와셔가 평 와셔 위에 올라가는 것 알고 계시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순서도 잘 기억해 두셔야 나중에 조립할 수 있습니다. 버를 잡고 들어 올려 주면 됩니다. 반드시 장갑 낀 손으로 드세요. 맨손으로 잘못하다가는 손 다칠 수도 있습니다.
남은 부분 분리
남은 부분은 쉽게 분리됩니다. 분쇄 커피 휘저어서 내 보내 주는 저 부분(이름이 뭔지 모르겠습니다.)도 그냥 들어주면 됩니다. 위에 동그란 것도 핀입니다. 저것도 빠지는 것이니 주의하세요. 이것이 회전축을 따라 함께 돌 수 있도록 고정해 주는 핀도 그냥 들면 빠집니다. 작은 부품이니 핀셋이나 족집게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상부 버 캐리어를 받치는 3개의 스프링도 그냥 들면 빠집니다. 부품이 모두 매우 작기 때문이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청소
미친 듯이 솔로 털면서 청소하면 됩니다. 구석구석, 특히 버의 주름진 부분이나, 부속품의 안쪽 모서리에 찌꺼기가 많이 있으니 꼼꼼하게 털어 주시면 됩니다. 커피 찌꺼기 떨어지는 것 보이죠? 부드러운 솔을 사용하시면 되고, 커피 그라인더 청소용으로 용품 매장에 저런 솔을 판매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분해 청소만 하니까 잘 몰라요. ^.^;
솔로 터는 것이 충분치 않다면 평평한 곳은 키친타월 같은 것으로 닦아 주어도 좋습니다.
*주의* 청소 처음 해 보시는 분들은 절대로 진공청소기로 찌꺼기 흡입할 생각하지 마십시오. 잘못하면 작은 부품까지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수가 있습니다.
재조립
조립은 분해의 반대 순서로
어디서나 똑같이 하는 말입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
- 핀들은 작기 때문에 잊기 쉽습니다. 잊지 않게 주의하세요. -- 1번, 3번 단계
- 버 집을 때 맨손으로 하신다면 매우 주의하세요. 손을 다칠 수 있습니다. 웬만하면 장갑 낀 손으로 하세요. -- 4번 단계
- 평 와셔, 스프링 와셔 순서 바뀌지 않게 하시고. -- 6번, 7번 단계
- 볼트는 반드시 처음에는 손으로 돌려 정확하게 나사산이 맞은 것을 확인하고, 너트 드라이버로 고정합니다. 나사산이 맞지 않은 상태로 힘으로 볼트를 돌려 버리면 나사산 망가지고, 결국 커피 그라인더 못 쓰게 됩니다. -- 8번, 9번 단계
- 스프링 3개 먼저 잊지 않고 제자리에 위치시키세요. 이것 없이 상부 버 캐리어 올라가면 커피 안 갈립니다. -- 11번, 12번 단계
- 상부 버 캐리어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 마지막 링 잊지 마세요. 위아래 구분은 없어 보입니다. -- 15번 단계
깔때기 체결과 분쇄도 조절
이제 깔때기 체결합니다.
- 역시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서 나사산이 정확히 맞춰졌는지 확인하면서 천천히 돌립니다.
- 완전히 잠길 때까지 돌립니다. 이곳이 영점이 됩니다. 대체로 원래의 영점으로 돌아가지만, 한두 눈금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 이제는 사용하던 분쇄도로 돌아갑니다. 영점에서 사용하던 분쇄도로 돌아갑니다. 사용하던 위치가 아니라 눈금을 세어서 가야 합니다.
시운전
혹시 다 조립하고 어딘가 남아 있는 부속이 있는지 보세요. 다 조립했는데, 나사가 몇 개 남더라 이러면 안 되잖아요?
다 조립이 된 것이 확인되었으면, 전기를 연결하고 잘 돌아 가는지 확이하면 됩니다.
*주의* 절대로 영점에서 동작시키면 안 됩니다. 버(burr)가 상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사용하던 분쇄도 맞추고 돌리세요.
앞으로 계속 사용하신다면 시험 삼아 커피 분쇄해 보시고, 분쇄도가 적당한지, 좀 더 조정이 필요하면 한 두 눈금 더 조정하면서 앞으로 사용할 분쇄도 맞추시면 됩니다.
이로써 아저씨가 아줌마에게 칭찬받을 일 하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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