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취미로 하는 분들은 커피와 관련된 작은 소품을 모으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인 모양입니다.
에스프레소를 위해서 포타필터(portafilter) 바스켓(basket)에 분쇄 커피를 담고 다지는 작업을 도징(dosing)이라고 하던데요, 이 작업을 할 때 포타필터를 안정적으로 거치하면 편리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용품도 있네요. 커피 내리는 취미가 있는 우리 집 아줌마도 인터넷에서 보고 하나 구매했습니다.
우리 집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파보니(La Pavoni) 제품인데요, 아줌마 말씀이 포타필터 바스켓 규격은 51mm라고 하더군요. 아저씨는 이것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 됩니다만, 아줌마가 그렇다고 하네요. 거치대는 51-58mm 바스켓을 지원한다고 보고 구매를 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라파보니의 포타필터는 다른 것들과 다른 모양입니다. 구멍이 너무 크네요. 더 작은 것들을 위해서 지그(jig)도 함께 들어 있는데, 이것을 사용해도 전혀 맞지를 않네요.
실망하는 아줌마를 위해서 착한 아저씨가 한 번 나서 보기로 했습니다. 참 대책 없이.
우리 집 포타 필터에 맞는 지그 만들기의 시작
거치용 구멍이 맞질 않으니, 일단은 작은 것이 아니고 커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줌마는 플라스틱 컵을 잘라서 넣을까, 안 쓰는 플라스틱 그릇을 재단해서 메워 넣을까 고민합니다. 그 와중에 작은 포타필터를 위해서 함께 들어 있는 지그가 눈에 띄었습니다. 본체는 모두 나무로 되어 있는데, 지그는 플라스틱이더군요. 비슷한 것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하다가 3D 프린팅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닿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3D 프린터도 없고, 아저씨는 3D 프린팅을 해 본 경험도 없습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찾으면서 그냥 배우는 셈 치고 무작정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3D 모델 만들기
3D 프린팅을 위해서는 3D 모델이라고 해서 3차원 설계 파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보통 .stl 형식의 파일이라고 하네요. 파일 형식에 대한 얘기는 건너뛰도록 하죠. 3차원 CAD를 해야겠군요. CAD용 소프트웨어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FreeCAD
Open Source로 일반인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공식 웹페이지는 https://www.freecad.org/ 인데, 이 정도 소프트웨어를 찾는 분이라면 설치 정도는 자신의 환경에 맞게 잘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윈도, 맥, 우분투 모두 지원합니다. 아저씨는 우분투(Ubuntu) 환경에서 설치했어요.
sudo apt install freecad
FreeCAD를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 기회에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하게라도 사용하는 방법까지 다루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요.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포타필터의 크기를 직접 측정하고, 3D 모델을 만들고, .stl 파일로 export에도 성공했습니다.
.stl 파일은 Windows의 경우에는 알씨에서 열어 볼 수 있습니다. 우분투에서는 fstl 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sudo apt install fstl
사용법은 단순합니다.
fstl [file.stl]
fstl의 man page 참조하세요.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해당 프로그램 사용법을 참조하세요.
크몽
3D 모델링은 했는데 3D 프린터가 없으니 실물을 볼 방법이 없습니다. 3D 프린터 가진 지인들이 있는지 알아볼까 하다가 문득 모델을 출력해 주는 곳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쇄 시안을 가져가면 책자를 인쇄해 주는 인쇄소 같은 곳 말이죠. 그렇게 찾다가 크몽을 알게 되었습니다. 절대 홍보 아니고 아저씨 내돈내산 경험으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크몽에 계정을 일단 만듭니다. 뭐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주문제작으로 가서 3D프린팅을 선택하면 3D 프린팅만을 해 주시는 사장님들이 죽 나옵니다. 사이버 공간의 인쇄소 골목에 온 기분이랄까요? 3D프린팅 이외에도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이 중 FDM 출력을 하시는 저렴해 보이는 곳 한 곳을 선택해서 문의를 남겨 보았습니다. 채팅처럼 문의에 답도 오고 결재도 문의 창에서 직접 가능합니다.
결재를 한다고 바로 지불되지는 않고 나중에 구매 확정이 되어야 지불이 됩니다. 뭐 지불 보증 같은 것이랄까요. 문의 창에 .stl 파일도 첨부해서 견적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 출력되면 배송 전에 사진을 올려 주시네요.
설계 오류로 수작업하다
출력물이 도착했습니다. 어쨌든 내가 생각한 모델 대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네요.
그런데, 너무 꽉 끼게 치수가 설계된 모양입니다. 포타 필터가 빠질 때 자연스럽게 빠지지 않네요. 날개 부분도, 몸통 부분도 결국 좀 갈아 내야 했습니다.
완성
딱 맞았네요. 한 번에 맞지 않아서 좀 아쉅지만, 어쨌든 필요한 것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3D 모델링을 하고 출력물 얻는 방법을 알았다는 것이 수확이죠.
이 지그는 한 번에 잘 맞을 수 있게 다시 한번 설계해 보려고 합니다. 그때, FreeCAD에서 어떻게 작업하는지 함께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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